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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각거리

16분짜리 영상 하나에 46번을 찍었습니다

어제 16분 41초짜리 영상 하나를 올렸습니다. 미쏘라 테일즈 메두사 편, 그리스 신화 속 메두사 이야기를 AI로 만든 실사풍 드라마입니다.
작업을 시작할 때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AI가 영상을 빨리 만들어 주니까, 자동화가 제작 과정 전체를 대신해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끝내고 보니 그 기대는 절반만 맞았습니다. 영상을 빨리 만드는 것과, 긴 영상 안에서 같은 인물과 소품을 끝까지 유지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었습니다.
이번 편에서 클립을 46개 만들었고, 그중 14개를 버렸습니다. 뒷모습에서 머리 모양이 갑자기 달라지고, 손에 있어야 할 투구가 화면 어디선가 사라지고, 같은 인물인데 컷마다 얼굴이 조금씩 달라 보였습니다.

미쏘라 테일즈 — 메두사 편, 저주 이후의 모습
오늘의 3줄 요약
1. 클립 46개를 만들어 14개(약 30%)를 버렸다 — 대부분 인물·소품이 컷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문제였다
2. 가장 오래 걸린 건 생성이 아니라 검수와 재작업 — 인물을 정면·측면·후면으로 나눠 적고, 소품은 어느 손에 쥐는지까지 고정했다
3. 유튜브는 이런 실사형 AI 영상에 "AI 사용" 표시를 요구한다 — 미리 붙여두는 게 이제 기본이다

빨리 만드는 것과 끝까지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 시리즈는 18초 안팎의 짧은 클립을 이어 붙여 한 편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클립 하나를 만드는 데는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그 클립이 서른 개, 마흔 개로 늘어날 때부터 시작됩니다. 1번 컷에서 만든 인물이 15번 컷에서도 같은 사람으로 보여야 하고, 손에 든 물건도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AI에게 "빨리"는 쉬웠지만 "계속 같게"는 전혀 다른 요구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이 둘을 같은 문제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생성 속도가 빠르면 제작 전체가 빨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생성이 빨라진 만큼 검수해야 할 대상만 늘어났습니다.

46개를 만들어서 32개만 남았습니다

버려진 열네 개의 이유는 제각각이었습니다. 뒷모습 클립에서는 머리카락 모양이 앞 컷과 다르게 나왔습니다. 손에 쥐고 있어야 할 투구가 중간 어디선가 화면에서 사라진 컷도 있었습니다. 가장 골치 아팠던 건 미묘한 얼굴 차이였는데, 눈에 띄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딘가 조금 달라 보이는" 수준이라 한 번에 걸러지지 않고 편집 단계에서야 발견되곤 했습니다.

검수는 결국 화면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는 일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실패들이 전부 "그럴듯해 보이는" 실패였다는 점입니다. 클립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다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앞뒤로 이어 붙였을 때만 드러났습니다.

오늘 짧은 소식

유튜브는 지난 5월부터 실사에 가까운 AI 생성 콘텐츠를 자동으로 감지해 라벨을 붙이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최근에는 이 표시를 롱폼 영상에서 플레이어 바로 아래, 설명란 위처럼 더 눈에 띄는 자리로 옮겼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따로 표시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판단해 붙일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편 엔비디아가 오픈소스 AI 모델 유통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129억 달러(약 17조 9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8월 26~27일 여러 매체를 통해 나왔습니다(양사 공식 확인은 아직입니다). 하드웨어를 넘어 모델 유통까지 손을 뻗는 모양새라, 이런 도구를 쓰는 개인 제작자 입장에서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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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장 오래 걸린 건 검수였습니다

생성보다 오래 걸린 건 확인이었습니다. 이번 편부터는 캐릭터를 저주 전과 후로 나눠 시트를 따로 만들고, 컷마다 어느 시트를 쓸지 못박아 두었습니다. 신체 특징은 정면만 적어서는 부족했습니다. 카메라가 뒤에서 잡는 컷이 있다면 뒤통수도 따로 적어야 했습니다. "머리가 뱀"이라고만 써두면 뒷모습에서는 생머리와 뱀이 섞인 모습으로 나오곤 했습니다.
소품은 "허리에 매단다"처럼 애매하게 쓰면 중간에 사라졌습니다. "오른손에 든다"로 바꾸고 나서야 끝까지 남았습니다. 소품은 어느 손에 무엇을 쥐는지, 1:1로 고정해야 했습니다.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도 다르게 접근해야 했습니다. 투명한 투구를 쓴 인물을 "안 보이게 그려줘"라고 요청하면 모델은 그 요청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프레임에서 그 인물을 아예 빼버리고, 발자국에 이는 흙먼지나 투구 안쪽에서 보는 1인칭 시점으로 부재를 표현하니 자연스러웠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라고 하는 대신, 그릴 것 자체를 바꿔야 했던 셈입니다.

유튜브도 이제 이걸 요구합니다

이번 편과 함께 올린 짧은 영상들에는 전부 "AI 사용" 표시를 켜뒀습니다. 위에 적은 유튜브의 라벨 정책 때문만은 아니고, 어차피 보는 사람이 AI로 만든 걸 알아야 이 시리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저작권이나 초상권 문제로 AI 드라마가 시끄러운 요즘 분위기를 보면, 미리 밝혀두는 쪽이 여러모로 마음이 편합니다.

다음 편에 가져갈 것

이번에 정리한 규칙은 간단합니다. 소품은 손에 고정하고, 신체는 정면·측면·후면을 각각 적고, 보이지 않는 건 프레임에서 빼서 그립니다. 다음 편은 이 세 가지를 프롬프트 작성 전에 체크리스트로 먼저 확인하고 시작하려 합니다.
편하게 한번 감상해 주시고, 장면 연결이나 인물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곳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다음 편 만들 때 그대로 반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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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정보는 작성 시점 기준이며 이후 바뀔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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